가평 호명호수 차박: 조용한 호수 풍경 속 힐링 캠핑

소음이 싫은 날이 있다.

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 날.
사람 많은 계곡도, 바닷가도 싫고
그저 산 속 어디쯤에 조용히 자리한 호수를 바라보며
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.

그럴 땐, 나는 가평 호명호수로 간다.

🗺 호명호수는 어디에 있을까?

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산 65-4,
‘호명호수’는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청평댐 위쪽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.
검색으로는 잘 안 뜨는 조용한 곳이지만,
차박 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‘정숙 캠핑지’로 소문이 자자하다.

이곳은 호명산 등산로와 연결된 저수지이자 호수로,
산과 호수가 만나는 절묘한 지점에 위치한다.
물결은 잔잔하고, 소음은 없다.
들리는 건 새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바람 소리뿐.

청평댐 근처부터는 **산길(비포장길 일부 구간)**이므로
낮 시간에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.
내비게이션으로는 ‘호명호수’나 ‘호명호수주차장’으로 입력하면 된다.

호명호수 자체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,
호수 입구에 있는 **비공식 주차장(노지형태)**는 평탄하고 넓어
차박에 딱 맞는 장소다.

단점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.
그래서 이곳은 ‘차박 중상급자’ 또는 준비물 잘 챙기는 초보자에게 적합하다.

호수 바로 옆이라서 그런지,
밤이 되면 바람이 제법 세다.
특히 봄, 가을은 아늑함과 추위의 경계선을 넘나든다.

내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필수 장비:

말이 안 되지 않냐고요?
그런데 진짜입니다.

가을 바람이 살짝 불던 밤,
차박용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고
가스 버너 위에 개인용 냄비를 올려
마트에서 사 온 마라탕 키트와 우동사리를 넣고 끓였습니다.

야외에서 먹는 따뜻한 국물은 눈물 날 만큼 맛있습니다.
호명호수에서의 마라탕은 아직도 나에게
‘가장 맛있는 국물요리 1위’로 남아 있습니다.

이른 아침, 호수는 거울이 된다.
구름 한 점 없는 날이면 하늘이 물 위로 내려앉는다.
잔잔한 수면 위로 나뭇가지가 그림자를 드리우고,
한 마리 백로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비친다.

사진기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.
이곳은 풍경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장소다.
삼각대 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도 인생샷이 나온다.

특히 구도는 아래와 같다.

그 장면을 타이머로 남기면, 그게 바로 당신만의 광고사진이다.

차박을 할 때 나는 꼭 드립백 커피와 포터블 주전자를 챙긴다.
호명호수 같은 조용한 장소에서는
‘씽—’ 소리를 내며 끓는 물소리조차 음악이 된다.

다른 소리 없이 커피 향만 천천히 번지고
텀블러 속 김이 피어오르는 그 순간.
바로 그 때, 나는 “아, 살아있구나” 싶다.

이곳은 ‘레저’보다는 ‘사색과 쉼’의 장소다.
수영도 안 되고, 배도 못 띄우고, 놀이시설도 없다.
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.